HR 업무는 그 효과나 영향이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영업이나 생산부문의 실수 또는 정책집행의 잘못은 즉시 표면으로 떠올라 뭇사람의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인사부문은 평소 있는 듯 없는 듯하다가 노사분규가 발생할 때나 주목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만큼 HR부문에 문제가 있어도 쉽게 드러나지 않고 적당히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한번 곪으면 좀처럼 치유하기 쉽지 않은 것 역시 HR문제다. HR의 파장은 워낙 깊고 넓어서 병이 확인되면 그것은 이미 고황 깊이 들어있는 고질이 되어 있는 탓이다. 그러므로 HR과 관련된 문제가 곪아 터지기 전에 수시로 진단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HR감사라 할 수 있다.
보통 감사라고 하면 왠지 음습한 느낌을 받곤 한다. 남의 뒤를 캐서 잘못을 들춰내고 고자질해 벌을 주는 것이 감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감사의 목적과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최근 들어 감사의 주기능이 비리와 부정을 적발해내는 것보다 업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미리 잡아주는 지도감사 쪽으로 바뀐 것도 크게 작용했지만, 감사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HR감사도 다른 감사와 크게 다를 것은 없지만, 그 주된 목적은 인력의 효율적인 운용, 안정적인 노사관계 확립, HR투자의 적절성 확보 등으로 요약된다. 간단히 말하면 그것은 HR이 회사의 비전이나 목표, 전략 등과 정합성을 갖고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를 살피고 개선방안을 찾는 것이다. 따라서 HR감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HR과 관련된 현장의 생생한 정보를 경영에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HR감사를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상시 정기감사 또는 수시감사를 통해 조직이 굳어지지 않고 항상 활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사람, 조직, 조직력의 관리라는 HR기능이 제대로 작동해야 이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HR시스템은 제대로 구동되고 있는지, 인력구조와 인건비 집행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신규인력 채용과 퇴직인원은 적절한 비율을 보이고 있는지, 그것들은 계획과 잘 합치되고 있는지 등을 따져 비용과 인력구조의 효율성을 살펴보아야 한다. 전사 혹은 단위부서별로 조직문화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구성원들의 생각은 어떤지를 알아보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거기에서 노사관계의 기본흐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복리후생 등 회사가 펼치는 각종 혜택도 시의적절하고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복리후생은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고 있는지 챙겨보는 일이 드물 것이다. 복리후생은 그저 해주면 좋은 일이 아니다. 이에 HR감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연히 최고경영자의 의지와 관심이다. 감사결과를 주의 깊게 살피고 그것을 수용해야 한다. 편견없이 받아들이고 결과를 다음 정책수행에 반영, 실천해야 한다.
끝으로 중요한 것은 감사결과, 그 책임을 물어 어느 한 개인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사실 인사는 어느 개인이 책임질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조직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감사보고서의 방향이 비판보다 건전한 건의중심으로 씌어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0 
